[DRRR] 시간을 죽일 때는 목을 조르라
2011/11/01 11:31
시간을 죽일 때는 목을 조르라
DRRR 시즈이자
W. 하젤
Bgm. 1년후-이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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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모두 잊혀진 다음에는 아무도 찾지 않고 부르지 않고 생각지 않아서 뒷골목에서나 집창촌 에서나 큰 거리에서나 어느 가게에서나 혹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호하고 보얀 잡담 속에서 조차 흘러나오지 않는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남자는 그렇게 믿었다. 칠 년이라는 세월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것이지만 어떻게든 긴 세월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남자는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주 절박했었다. 벼랑 끝에 몰린, 이라는 것은 비유가 적절치 않고 좀 더, 뭐랄까, 깊게 베여 목이 잘리어나가기 전의 사람이 피 잔뜩 머금고 쿨럭이거나 흐느끼며 잇는 말의 조각들인 것 같은.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 같은 짐작에 카도타는 남자의 마른 손끝에서 전달되어진 그의 부탁이자 소원이라는 것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는데……
그만 할거야.
남자가 단조롭게 끊었다.
그만 하려고 불렀어.
그러고도 웃지 않는 남자는 카도타에게도 조금 낯설어서 카도타는 어설프게 젖힌 어깨를 사리지도 못하고 그러고 있었다.
그만 하려고 부른거야.
남자가 다시 말했다. 작고 검은 정사각형 같은 말. 남자가 입을 다물고 비뚜름하게 카도타를 바라보았다. 투명한 벽을 사이로 두고 얇게 비벼진 시선이 어깨에 와 부스러졌다. 형무소의 옷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남자는 아주 생경했다. 어쩐지 남자는 변한 것 같다. 어깨를 자꾸 치는 시선을 내려다보듯 고개를 외로 틀은 카도타가 말했다.
할게.
그제서야 남자가 웃었다.
*
남자가 건넨 것은 주소지 십 여개 적힌 종이 한 장이었다.
빨간색으로 쓰인 것은 이 사람에게 가져가서……그리고 꼭 열흘 후에 다시 찾아가면 돼. 그 사람이 통장을 줄 텐데, 주는 통장은 이 주소로 보내고, 일반우편으로. 그리고 검은색은 처분해서 잔액은 이 계좌로 넣어줘. 비밀번호는 뒷면에……앞으로 도타칭이……써야할 돈이야.
카도타는 다섯 달이 지나서 누군가를 협박하거나 또 세 달이 지났을 때 어떤 여자를 어떤 남자에게 데려가거나 반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늙은 여자에게 두터운 서류철을 전달해주거나 어떤 소년에게 알 수 없는 말들을 전해주었다. 남자가 말한 대로.
종이 한 장으로부터 시작된 그 일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아주 느리고 침착하게, 남자가 일을 맡긴 자의 성정처럼 이루어졌다. 동시에 강압적인 정확함과 약간의 잔인함도 더하여졌다. 그것은 남자의 주문대로였다. 싫은 건 아니지만 조금 의외라고 할까, 카도타씨 답지 않네요. 아, 나쁜 뜻은 아니고 그냥 신기해서 하는 말이에요. 토구사가 잘려서 널부러진 손가락들을 무심하게 내려다보며 이야기했다. 어떤 것은 늙은 남자의 중지였고 어떤 것은 가늘어서 성별을 분간할 수 없는 무명지였다. 카도타는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확고한 동작이었다. 그것은 확실히 그랬다.
그 뿐만 아니라 아무도 몰랐지만 그것은 남자의 시간을 살해하고 이름을 세척하는 일이 되었다. 카도타는 칠년이 채 못 되어서야 자신이 그리했음을 알았다. 느리기도. 탄성 같은 자책하였으나 알아듣는 이 아무도 없었다. 당연할 것이다.
*
그러면
찬 감옥 바닥에 홀로 앉은 남자는 과연 웃을까.
*
그리하여 과연 볕은 좋았다. 겨울로 넘어가는 첫 목이었다. 간소한 셔츠에 간소한 검은 정장차림의 남자는 나와서 웃지도 않고 감탄이나 혼잣말도 않고 손차양을 만들어 먼 곳을 보고 있었다. 희뜩한 볕이 바늘같이 아팠다. 올린 손에서는 반대로 싸늑한 물 냄새가 났다.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검은 차가 미끄러지듯 그 앞에 멈춰서는 일은 없었다. 아무도 칠 년 만에 나온 그를 맞거나 반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남자가 비뚜름한 하얀 삼각형처럼 웃었다. 아무도 그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했다. 앞으로도 알지 못할 것이다. 어떤 남자도, 어떤 여자도, 늙은 여인이나 왜소한 소년조차.
*
꼬박 오년을 들인 것이다. 저는 손가락 하나 대지않고서 그랬다. 오 년 동안 아주 정교하게, 천천히, 신중하게 숨통을 죄여서 결국 외마디 비명도 못 지르고 그의 시간은 살해당했다. 저항흔조차 없었고 남은 유해는 아무도 찾지 못했다. 이제 그 사실조차 잊히게 되어서, 손 안에 쥐인 제 이름 일곱 글자는 사라짐과 동시에 그 빈자리마저 지우고, 그래서, 그러하므로, 그렇게,
그의 앞에 아무것도 아닌 채로 서기 위하여,
"......미친놈."
놀랐어? 그런 껍데기같은 말 한 토막도 던지지 않고서 남자는 그저 비스듬히 서서 웃었다. 발 끝에 새벽이 채였다. 녹슨 현관문. 먼지쌓인 아파트복도. 쥐었던 일곱글자가 손 안에서 꿈틀거린다. 할 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시끄러이 굴 수 없는건 더더욱 아닌데 그저 말은 불필요하리라는 어떠한 직감에 입을 다물고 그저 빗금 긋듯이 웃고만 있었더니 물리적 악력에 의존하여 손을 잡아끄는 것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시즈. "
다.
여전히 은유 쩔......ㅠㅠ